국내 출간된 대상관계 이론 서적을 검색해보면 30여 권이 채 안된다. 후기 프로이트 학파 이론으로 지칭되는 대상관계 이론의 역사를 따져볼 때 그리 많은 양은 아닌 것 같다. 그중에서도 Hamiltion '자기와 타자'는 그 중심을 항상 지키고 있다. 석사과정 때 수업교재로도 쓰인 이 책은 99년에 첫 줄 간 되어 우리나라에는 2007년도에 번역되었다. 여타 대상관계 이론 책을 봐도 신기하게 다시 이 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만큼 핵심적인 개념을 잘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들은 개념의 이해뿐 아니라 상담과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상담 전공자들에게도 이론서들은 결코 쉽지 않은 대상이다. 상담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언어적, 비언어적 교류 형태와 사람의 내적 작용은 경험 없이 글로만 이해하기란 한계가 있다.
나 역시 이전에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요즘에서야 하나씩 이해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상담의 경험치가 쌓이고 또한 상담에서 막막함을 느낄때 공부에 대한 갈증과 사람 내면에 대해 더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인지 싶다.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이 시작함에 앞서 저자는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시 '학동 가운데서(Among School Children)' 한 부분을 보여준다. 아마 앞으로 설명할 대상관계에 대해 가장 함축적이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기 그 전문을 옮겨본다.
Among School Children-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I
I WALK through the long schoolroom questioning;(나는 긴 교실을 질문하며 걷는다.)
A kind old nun in a white hood replies;(흰 두건을 쓴 친절한 늙은 수녀가 대답한다.)
The children learn to cipher and to sing,(아이들은 셈법과 노래를 배우고)
To study reading-books and histories,(책 읽기와 역사 공부,)
To cut and sew, be neat in everything(재단과 바느질도 배우고, 모든 일을)
In the best modern way - the children's eyes(최신식으로 말쑥하게 정돈하도록 배운다.)
In momentary wonder stare upon(아이들의 눈은 잠시 놀라움으로)
A sixty-year-old smiling public man.(미소 띤 육십 나이의 公人을 쳐다본다.)
II
I dream of a Ledaean body, bent(나는 레다를 닮은 한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Above a sinking fire. a tale that she(꺼져가는 난롯불 위에 몸을 구부려)
Told of a harsh reproof, or trivial event(그녀가 얘기하던 가혹한 꾸중 이야기,)
That changed some childish day to tragedy -
(어린 날을 비극으로 바꾸어 버린 그 사소한 사건을 생각한다.)
Told, and it seemed that our two natures blent(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 두 마음은)
Into a sphere from youthful sympathy,(어린 공감으로 융합된 하나의 공이 된 듯했다.)
Or else, to alter Plato's parable,(아니면 플라톤의 우화를 바꾸어 말해)
Into the yolk and white of the one shell.(한 계란 속의 노른자위와 흰자위와도 같았다.)
III
And thinking of that fit of grief or rage(그때의 슬픔과 노여움의 발작을 생각하면서)
I look upon one child or t'other there(나는 이 아이들을 차례로 바라본다.)
And wonder if she stood so at that age -
(그리고 그녀가 저 나이에 저렇게 서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For even daughters of the swan can share(백조의 딸들도 모든 물새의 유산을)
Something of every paddler's heritage -(얼마쯤은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
And had that colour upon cheek or hair,(그리고 뺨과 머리카락도 저런 빛깔을 했으려니)
And thereupon my heart is driven wild:(생각하면 내 가슴은 거칠게 설레고)
She stands before me as a living child.(그녀가 살아 있는 아이처럼 내 앞에 서 있다.)
IV
Her present image floats into the mind -(그녀의 현재의 모습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Did Quattrocento finger fashion it(15세기의 손가락이 그런 모습을 만들었을까?)
Hollow of cheek as though it drank the wind
(바람을 마시고 고기 대신 그림자를 먹은 듯 홀쭉한 뺨을)
And took a mess of shadows for its meat?(나는 결코 레다의 족속은 아니지만)
And I though never of Ledaean kind(한때는 예쁜 깃털을 지녔었지 ---)
Had pretty plumage once - enough of that, (그것으로 충분하다.)
Better to smile on all that smile, and show(나는 모든 웃는 얼굴에다 웃어 주고)
There is a comfortable kind of old scarecrow.
(마음 편안한 늙은 허수아비임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V
What youthful mother, a shape upon her lap(젊은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Honey of generation had betrayed, (생식의 꿀이 배반하여 낳은,)
And that must sleep, shriek, struggle to escape(생전의 기억과 마약이 이끄는 대로)
As recollection or the drug decide, (그녀의 무릎에 잠들거나 소리치며 도망가려고 하는,)
Would think her Son, did she but see that shape(어린 아들의 형상을.)
With sixty or more winters on its head, (이제 예순 번이 넘는 겨울을 머리에 이고 있는)
A compensation for the pang of his birth, (이 아들의 형상을 보고 과연 어머니는)
Or the uncertainty of his setting forth?(출산의 고통과 불안에 대한 보상으로 여겼을까?)
VI
Plato thought nature but a spume that plays(플라톤은 자연을 사물의 그림자 같은)
Upon a ghostly paradigm of things;(原型 위에 떠도는 물거품이라 생각했고)
Solider Aristotle played the taws(한층 견실한 아리스토텔레스는)
Upon the bottom of a king of kings;(왕중 왕의 엉덩이에 매질을 했다.)
World-famous golden-thighed Pythagoras(세상에 이름난 황금 허벅지의 피타고라스는)
Fingered upon a fiddle-stick or strings(바이올린의 활과 줄에 손가락을 대면서)
What a star sang and careless Muses heard:(별이 노래하고 뮤즈가 무심코 듣는 곡을 연주했다.)
Old clothes upon old sticks to scare a bird.(모두가 새를 쫓는 낡은 막대기 위에 걸친 낡은 옷들.)
VII
Both nuns and mothers worship images, (수녀와 어머니들은 모두 형상을 숭배한다.)
But thos the candles light are not as those(그러나 촛불이 밝히는 형상들은)
That animate a mother's reveries, (어머니의 환상에 생기를 주는 그런 형상들 같지 않고)
But keep a marble or a bronze repose.(대리석이나 청동의 고요함을 지닐 뿐이다.)
And yet they too break hearts - O presences(하지만 이들 역시 가슴 아프게 한다.)
That passion, piety or affection knows, (오, 정열과 경건과 애정이 알고 있는 존재들이여)
And that all heavenly glory symbolise -(모든 하늘의 영광이 상징하는 것이여)
O self-born mockers of man's enterprise;(오, 스스로 태어나 인간의 일을 비웃는 자여.)
VIII
Labour is blossoming or dancing where(노동이 꽃피고 춤추는 곳에는)
The body is not bruised to pleasure soul.(육체가 영혼을 즐겁게 하기 위해 상처 받지 않고)
Nor beauty born out of its own despair, (절망으로부터 아름다움이 태어나지 않으며)
Nor blear-eyed wisdom out of midnight oil.
(한밤의 기름으로부터 흐린 눈의 지혜가 생겨나지 않는다.)
O chestnut-tree, great-rooted blossomer, (오, 밤나무여, 거대한 뿌리로 꽃 피우는 자여,)
Are you the leaf, the blossom or the bole?(너는 잎이냐, 꽃이냐, 아니면 줄기냐?)
O body swayed to music, O brightening glance,
(오, 음악에 맞추어 흔들리는 육체여, 오, 빛나는 눈이여,)
How can we know the dancer from the dance?
(우리는 어떻게 춤과 춤추는 자를 구별할 수 있겠는가?)
[출처] 학교 어린이들 사이에서(Among School Children)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작성자 쓰는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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