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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며 살기 넷플릭스 다큐 중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을 봤다. 좋은 다큐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 다큐가 그랬다.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만이 아닌 삶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채워야 하는지 보는 내내 생각을 하게 했다. 이사를 자주 하면 짐이란 존재가 얼마나 성가시고 무서운지 깨닫는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10년가까지 자취하면서 이사할 때마다 여실히 깨닫는다. 그러나 살면서 필요한 것들은 얼마나 많아지는가. 이 물건이 없으면 나의 삶은 굉장히 질이 저하되고 불쌍한 것처럼 새로운 상품을 구입한다. 그렇게 1년간 사모으니 이사올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짐이 많아졌다. 벌써부터 앞으로 이사 갈 때가 걱정된다. 나는 물욕에 쉽게 지배받는다. 몇 년 전엔 책을 모으는데 꽂혀 집 벽면 한쪽을.. 2021. 3. 21.
충만감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정은 무엇일까. 나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느껴지는 충만감이 내가 느끼는 가장 좋은 감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감정을 느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부모님 이혼 이후 정서적 갈등이 사라지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가 명절이나 가족행사에서 가끔 한 번씩 만날 때 문득 밀려오는 감정이었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서 그냥 나로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또 따뜻함을 무한하게 받을 수 있는 그 안정감의 기반 위에 내면이 꽉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꼈다.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비어있던 내 내면 상태와 갑자기 비교가 되면서 심리적 허기라는 것은 사람에게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것인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후로 나는 한 번씩 나의 충만한 상태를 확인한다. 가족들과 따로 살아야 하는 일.. 2021. 2. 14.
자동차의 미래 내가 면허를 따고 차를 몰게 된 것은 서른 초반이 되어서였다. 차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었을뿐더러 대중교통을 이용했기에 생활에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17년도 이직을 하면서 차가 없으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되면서부터 부랴부랴 면허를 따기 시작했다. 돈이 넉넉지 않아 사촌 형이 타던 차를 중고로 구입해 운전자가 되었다. 휴가를 내고 처음 장거리 여행을 떠난 날을 잊지 못한다. 나름 로망이었던 차 안에서 크게 음악을 틀고 겁도 없이 남쪽으로 끝도 없이 내려갔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탓인지 복귀하는 날에는 코피를 흘렸다. 이동수단으로써의 차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중교통으로 이용한 여행이 비해 확실히.. 2021. 2. 7.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986년,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지어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요구에 걸맞게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개관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미술관을 가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시야를 편안하게 하는 드넓은 야외 풍경과 하얀색 화강암의 견고함을 마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위안을 얻는다. 이후 덕수궁과 옛 기무사터, 청주에도 자리를 넓혔지만 과천만의 집약적이고 서사적인 작품 전시의 매력은 늘 영감과 기쁨을 준다. 2016년 개관 30년 기념으로 건축가 김태수 선생님의 전시가 진행됐다. 자신의 작품이 30년 동안 사랑을 받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감정은 어떠할까 상상해본다. 현대미술관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개관전시부터 현재까지의 전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드넓은 공간을 채우는 .. 2021. 1. 31.
안정감과 집중 문득, 내 지난날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주변에 친구도 그렇다고 유흥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 당시에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항상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느낀다) 10대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냈다. 저녁 즈음 참으로 재미없는 개그프로를 보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군대 있을 때는 주말이 어찌나 발리 가는지 오전에 야외에 이불을 널고 개인정비를 조금 하면 벌써 음악프로그램이 나오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시간을 맞이했다. 대학교에 복학하고 나를 위해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때에도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다. 집 근처 수영장을 다녀와 밥을 먹고 TV를 보거나 집 근처를 하염없이.. 2021. 1. 31.
2020년 정산 20년도를 며칠 남겨준 시점에 한해 지출과 수입, 투자내역을 정리했다. 이러한 정리 또한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이전에는 쌓아둔 돈은 없고 지출만 했기에 정리하는 일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그러기에 보고 싶지 않았고 돈의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이전부터 사용한 뱅크샐러드 어플에 오랜만에 들어가니 연계된 다양한 계좌에 대한 계산 결과를 엑셀로 받아 볼 수 있었다. 하나씩 찾아 입력하려 했는데 너무나 반가운 기능이었다. 이왕 하는 거 2018년도 내역도 분류하여 정리했다. 수입의 파이프라인은 너무도 단순했지만 지출의 경로는 참으로 다양했다. 돈에 대한 큰 인식이 없는 지난날의 지출내역들을 보니 무슨 재벌 3세처럼 사용했었다. 돈을 쓰고 싶어 아주 작정한 사람처럼 지출을 한 것 치고 다행히 빚은 없어서 다.. 2021.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