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도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현재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 확산이 점차 뉴스에 자주 올랐고 마른 잔디에 불이 번지듯 전 세계로 퍼졌다.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고 사람 많은 곳은 의도적으로 피하게 됐으며 집과 직장 이외엔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전에도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을 힘들게 한적은 있지만 메르스 때를 제외하고는 그 영향이 그리 크게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는 확실히 달랐다 삶과 생각을 바꿨고 턱밑까지 쫓아와 장시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 사망자들과 감염자들의 수를 접하며 이제 정말 현실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렇듯 2020년은 코로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내 인생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내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았으리라. 장기화되면서 몰래라도 나가서 놀고 싶은 욕구도 현저하게 줄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 감당해야 할 여파가 꽤 크기에 구실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이전 살던 곳에 비해 사는 공간이 넓어졌고 그 공간에서 나름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비해놔서 답답한 느낌은 덜했다. 가을 즈음에는 아이맥을 구입하여 사진 보정이나 영화 시청 등의 할 거리가 많아져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많아졌다. 때때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내가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집이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에게는 큰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테이블에 앉아 일기를 쓰고 갓 내린 원두커피의 향을 맡아보고, 편한 의자에 앉아 책을 집어 들어 지식의 즐거움과 신성함을 경험하고 때로는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채워나갔다. 어린 시절 나만의 공간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 쌓여 있는 상상을 종종 했기에 이러한 경험들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 초 그동안 부었던 계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라 약간의 목돈이 생겨 투자처를 찾고 있던 와중이었다. 나이에 비해 모아놓은 돈도 없을뿐더러 기본적인 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였다. 절박함과 두려움이 들었기에 정보들을 찾아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책을 뒤적이며 배워나가려 했지만 진도가 참으로 답답하게도 나가지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말을 헤매다 졸거나 쉽게 책장을 덮었다. 우연히 유튜브를 접하며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접했고 이해의 속도가 책을 보는 것에 비해 확실히 빨랐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를 틀어 다양한 투자 및 산업 관련 정보들을 접했고 재미가 생겨났다. 연금저축펀드를 시작으로 개별주식에 투자를 했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지식을 찾아 나갔다. 내가 모르던 분야이기도 했고 워낙 방대한 지식이었기에 지치지 않고 이어나갔다. 기술이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아이패드를 통해 경험한 터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나의 흥미를 끌었다. 올해는 유래가 없는 상승장이 었기에 투자에 대한 재미를 더욱 극대화시킨듯하다.
살아남는 것이 미션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쉽지않은 한 해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내 삶을 다시 자각하는 계기도 됐던 한 해였다.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래도 지치지 않고 나아갔던 한해였다고 자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