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넌 참 여유롭다 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일처리가 느리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삶에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부럽듯이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가 여유로움을 신봉하는 것은
맞다. 내 자신이 그렇게 삶을 살아가길 원했고 주위사람들도 그렇게 이야기해 줬으니 정말 여유로운 사람인 줄만 알았다 난.
그러나 얼마전 내 멘토 선생님과 술자리에서 여유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자라 오신 환경은 발달심리
학회에 발표하고 싶을 만큼 이상적인 모습이었는데 매번 들을때마다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 분의 삶의 뿌리가 그토록 단단한 것
은 그러한 환경적인 영향이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도 이러한 의견에 깊게 동의하시면서 '그래서 저는 참 여유가있어요'
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아..... 여유로움이라는 것은 저런것이구나...' 하고 통찰이 왔다. 그동안 내가 했던 여유로움이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나 혼자있을때에도 나는 진정한 여유로움을 만끽했는가? 그렇지 못했다. 나는 늘 무언가에 쫓겼고
생각하고 허둥지둥했다. 조용히 차한잔 하면서 생각할 시간조차도 못내는 헛똑똑이였다. 영국에서의 티타임이 무척이나 어색
하게 느껴졌던 '나'이다. 여유로움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 전제로된 그 무엇이다. 내가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고 사랑하
고 있다는 느낌이 주위를 바라볼수 있는 틈을 만든다. 나는 그것을 몰랐다. 일을 천천히 하는 것만이 여유인 줄 알았다.
그렇게 또 하나를 어렴풋이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