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수업이 일주일에 2일 남짓이지만 내가 살던 곳을 떠나 서울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원룸을 생각하다가 보증금이
부담되기도 하고 식사문제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면 외로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될까 싶어 하숙을 구하기로 했다. 학교 근처인
서초와 신림 건대입구 부근을 알아보았다. 인터넷에서 웬만한 정보를 찾아 유용하게 이용하는 나지만 하숙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하였다. 하숙집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광고 이외에 직접 살아본 사람들의 후기나 평 같은 것은 생각외로 없었다.
하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 큰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뭐든 평가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공유하길 좋아하는 우리들의
성향을 미루어 볼때 참 의외였다. 몇일 동안 여기저기서 얻은 하숙 연락처들을 노트에 적어 장작 3일 동안 하숙집 탐색에 나섰
다. 맨 처음으로 간 곳이 교대 부근이었다. 교통편으로는 최적의 입지였지만 가격대가 문제였다. 2층 가정집 하숙집이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이가 좀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방 구했냐며 연락하시는 등 매우 적극적이시고 살갑
게 대해 주셨다. 비어있는 두개의 방중 큰 방은 내가 꿈구던 그런 방의 모습이었다. 정남향에 큰 창이 두개나 있어 햇살이 방 구
석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침대도 더블 사이즈였고 책상도 큰 창문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창넘어로 보이는 경치도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백번의 고민끝에 이 방으로 결정했다. 가격대가 제일 높았지만 어차피 반년정도 살 곳이고
여러정황을 따져봤을때 제 값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집 이외에도 거의 10군데가 넘는 곳을 돌아다녀 보았다.
정원이 딸린 그림 같이 집에서부터 쥐오줌 냄새가 풍기는 경악스런 집까지 하숙집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못했을 신선한(?) 경험
들을 했다. 가장 마음에 아팠던 것은 여기에서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의 공간의 고시원방 앞에 놓인 많은 수의 슬리퍼들을 봤을
때였다. 지방에서 올라 오거나 각자 여러 사연들을 가지고 이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높은 빌딩의 모습과 값비싼 카
페에서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너무나 대조되었다. 거대 도시에서 느낀 첫번째 충격이지 싶다.
하숙 경험이 있는 후배와 통화를 하던중 자신은 하숙할 동안 다른 방의 하숙생과 말 해본적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식사시간에도 각자 밥만 먹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남자셋 여자셋이나 논스톱같은 상황은 티비에서만 가능한 장면인가
보다.. 하기사 나도 먼저 인사하는 놈은 아니니... 2012년 서울하늘 아래 하숙집은 모습은 어떨까 . 좀 더 살아보고 말씀드리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