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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by 카우치 2021. 1. 31.

 

1986년,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지어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요구에 걸맞게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개관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미술관을 가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시야를 편안하게 하는 드넓은 야외 풍경과 하얀색 화강암의 견고함을 마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위안을 얻는다. 이후 덕수궁과 옛 기무사터, 청주에도 자리를 넓혔지만 과천만의 집약적이고 서사적인 작품 전시의 매력은 늘 영감과 기쁨을 준다. 2016년 개관 30년 기념으로 건축가 김태수 선생님의 전시가 진행됐다. 자신의 작품이 30년 동안 사랑을 받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감정은 어떠할까 상상해본다. 현대미술관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개관전시부터 현재까지의 전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드넓은 공간을 채우는 것도 미술관 측에서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미술대전으로 채워진 초기 전시에서 다양한 작가와 작품으로  확대하고 특색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관람객과 교감하는 과정을 보며 새삼스레 우리나라의 양적, 질적인 발전을 느낀다. 이제 우리들의 삶에서 미술이라는 것은 삶의 일부이다. 

나의 어린시절의 가장 큰 유산은 경험이다. 아버지는 부지런히 우리 가족을 다양한 지역과 공간으로 안내했고 나는 늘 새로운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시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미술관에 가는 것인데 여전히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문턱이 높다. 순수한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면 미술관은 이질감이 큰 세상일 뿐이다. 과천 미술관도 어린 시절 즐겁게 경험했던 곳 중 한 곳이다. 백남준 선생님의 다다익선 앞에서 거대함과 현란함을 느꼈고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지만 설치 미술 안에서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촉감과 설렘을 느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간 미술관은 내게 또 다른 흥미를 선사했다. 한 작가의 초기 작품에서 말년의 작품까지 전시된 회고전은 내가 좋아하는 전시 유형중 한 가지이다. 나는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방대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향과 철학 집요함을 배우고 긴 세월을 인내하는 법과 스스로를 단련하고 유지하는 법을 찾는다. 한동안 이러한 갈증을 채우지 못해 목이 참 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