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보내는 법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기에 원래부터 아침시간을 여유롭게 갖는 사람은 아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아침밥을 먹을 새도 없이 씻고 출근하기 바빴다. 여행을 갈 때나 전날 잠자리에 일찍 들 땐 이따금씩 일찍 일어나긴 했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전날 잠자리에 언제 드느냐 였다. 2년 전쯤의 이직한 직장도 웬만큼 적응되고 나름대로 규칙적인 삶의 패턴을 가진 이후로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충분한 수면을 보내서인지 더 자고 싶은 느낌이 덜했다. 여유로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생산적인 활동을 채우기로 했다. 그즈음 카누 커피를 타 먹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기에 일어나자마자 텀블러에 커피를 타서 먹으며 쉬운 영어 원서를 읽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고전소설이었는데 고요한 아침시간을 보내기 제격이었다. 고전 문학작품을 주는 재미와 깊이는 가장 정신이 맑을 때 대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알퐁스 도제의 '별'을 읽었을 때 작가의 생생한 심리적 묘사는 마치 내가 스위스 농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실로 오랜만에 가져보는 감정이었다. 주간에는 일에 치이고 퇴근 후엔 피곤함을 달래기 위한 나의 삶에서 아침이 이러한 활동은 참으로 소중했다.
아침에 여유가 생기니 조급함이 사라지고 내가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퇴근 후 어지럽혀진 주변 정리를 하게 되고 보다 깔끔한 환경을 나에게 제공했다. 정돈된 환경은 시각적인 스트레스를 덜 받게 했고 에너지 소모도 줄어 들었다. 한두 시간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삶의 전반적인 선순환을 만들었다. 저녁에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들도 줄어들었다. 여행지에서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사진을 찍는 이유는 고요한 환경에서 사물들을 더 집중하여 음미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분주함이 시작되기 이전 깊은 잠에서 깨어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아침을 보내왔고 앞으로도 보낼 것이다. 오늘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 내일 또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실로 대단한 사건이다.